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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국가 성립단계에서의 신화

 

신화가 가지는 의의- 지배층은 왜 신화를 만들어내었는가?

 

새로운 지배층이 한 지역을 정복하고 건국을 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 주민들의 신망을 얻어야 한다. 왜냐하면 지배계층의 군사적인 힘은 유한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새로운 힘을 가진 자에 의하여 지배계층의 권력이 위협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배계층은 군사적인 힘을 통한 공포가 아닌 주민들을 지배하기 위한 영원하고 항구적인 정치수단이 필요하였다. 그러기 위하여 지배계층은 지배계층으로서의 정통성을 얻어 지배의 당위성을 획득해야 했다. 그래서 고대 신화는 이러한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통치도구였고, 지배계층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주민계층에게 자부심을 주고 정체성을 표현하게 하여 사회적 통합을 도모하는 기능을 하였다. 한반도의 고대는 고조선부터 고려전까지 즉 통일신라까지를 의미한다. 고대신화는 고조선과 삼국시대의 백제,고구려, 백제 삼국을 비롯하여 한반도에 존재했던 작은 부족국가들의 건국신화를 일컫는다. 나는 그 중에 고구려와 신라의 건국신화에 대해 알아보았다. 고구려신화와 신라신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박혁거세 신화

 

진한(辰韓)의 여섯 촌장들은 여섯으로 나눠진 국가 탓에 백성들을 통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여섯 촌장들은 알천이란 곳의 상류에 모여 군왕을 정하고자 하였는데, 양산 기슭에 있는 나정이라는 곳에

이상한 기운이 서려 가보았더니 흰말이 엎드려 절하고 있었고, 그곳을 살폈더니 자줏빛 알이 있었다.

그 알을 깨뜨리자 단정하고 아주 잘생긴 사내아이가 나왔고, 이 때 새와 짐승이 더불어 춤을 추고 하늘과 땅이 흔들리고 해와 달이 청명하였다. 이 아이의 이름을 혁거세라고 이름을 짓고 알이 박의 모습을 하여 성은 박이라고 하였다. 이 아이가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 왕이다. 이렇게 신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박혁거세 신화에서는 박혁거세의 배필의 출생에도 신이성을 부여했다. 박혁거세의 배필인 알영은 알영이라는 우물가에 계룡이 나타나 왼쪽 겨드랑이로 딸 아이를 낳았고 태어난 곳의 이름을 따서 그 아이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추모신화

 

흔히 고구려의 시조를 주몽이라고 알고 있으나, 주몽(朱蒙)이라는 이름은 추모라는 이름의 중국식 발음에서 왔고, 또 고구려를 폄하하려는 중국에서 붉고 어리석은이라는 뜻을 붙인 이름이므로 주몽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고구려를 세운 동명성왕의 이름은 추모이다. 추모는 부여에서 내려와 고구려를 세웠다. 부여왕인 해부루는 후계자로 삼을 아들이 없어 날마다 산천에 제사를 지냈는데, 그러던 어느 날 금빛 개구리 모양을 한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의 이름을 금 개구리를 뜻하는 금와(金蛙)라고 붙였다. 후에 부여의 왕이 된 금와(金蛙)는 어느 날 사냥을 하던 중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 여인은 하백의 딸 유화로써 천제(天帝)의 아들인 해모수와 야합(野合)하여 하백에 의해 쫓겨난 상태였다. 금와는 유화를 대궐로 데려갔고 후에 유화는 큰 알을 낳았는데 그 알에서 추모가 탄생하였다.

 

이 두 신화를 비롯해서 한반도의 고대신화들은 모두 두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 째는 지배층의 권력이 천강지응(天降地應)에 의하여 부여받았다는 것이며, 둘 째는 건국의 시조가 신성성을 부여받기 위한 방법으로 난생신화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고대 사람들은 자연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알지 못했기에 태양과 비를 통해 생명을 기르기도 하고 가뭄을 통해서 기근을 가져다주기도 하는 하늘을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한반도의 고대 국가들의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왕이 천강지응(天降地應)한 선민이라고 하게 된다면 왕을 비롯한 지배층이 정통성이 부여받게 된다. 그러한 이유로 한국의 모든 고대 건국신화에서는 지배층이 하늘로부터 권력을 받는다.

신화에서는 영웅이 하늘에서 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신이성을 더욱 강조하기 위하여 영웅이 알에서부터 태어나게 만든다. 고구려의 추모, 가야의 수로왕, 신라의 박혁거세, 석탈해와 같은 고대국가의 시조들은 알에서 태어났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절대로 알을 낳을 수가 없기에 알을 통해서 아이를 낳았다는 것은 보편적인 출산방법과는 다른 과정을 제시하며, 그것은 곧 하늘의 뜻에 따른 출생임을 상징하는 것이다.

추모신화에서의 추모는 물의 신인 하백의 딸인 유화를 어머니로 두고 있고 천제(天帝)의 아들인 해모수를 아버지로 두고 있으며 유화에 의해서 알에서 태어나게 되며, 박혁거세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존재인 흰 말에 의하여 지상에 내려오게 되었으며 또 알에서 태어났으므로 위에서 말한 고대 신화의 특징을 각각 만족한다.

 

이와 같이 지배층의 정통성을 부여하는 것은 고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삼국시대가 끝나고 신라가 건국된 지, 천년이 지나 건국된 고려에서도 시조의 고귀한 혈통을 내세워 건국의 유래와 정당성을 입증하는 건국신화를 짓는 일을 반복한다. 고려도 이러한 전통에 따라서 선조들의 신화적인 유래를 서술한다. 고대 신화와 고려 신화의 차이가 있다면 고려시대는 神話 시대가 아니어서, 건국의 주인공인 왕건이 하늘과 통하는 신이한 인물이라는 설명은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그래서 고려시대의 신화에서는 왕건의 아버지인 왕릉이 승려 도선이 알려주는 대로 집을 고쳐지음으로써 왕이 될 아이를 얻게 되는 신화를 통하여 고려 건국의 주인공인 왕건이 세속적인 인간으로서 존재하다가 특정과정을 거쳐 신성한 존재가 된 것으로 설정하였다.

 

지금까지 고대신화가 가지는 의의와 대표적인 고대신화 두 가지와 그 두 신화에 나타나는 고대신화의 보편적인 특징들을 알아보고 같은 특성이 나타나는 한반도의 중세시대의 신화 또한 알아보았다. 지배층이 신화를 통해서 자신들의 정통성을 부여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정치가들도 묘역의 명당이 있어 그 명당에 조상들의 묘역을 이전시키려고 하는 등 자신이 고위 정치인이 된 것에 대한 권위를 부여하거나 고위 공무원에 대한 희망을 가지는 것 같다. 이러한 것을 보면 현대 사회에서 꼭 신화와 연관된 것이 아니더라도 인민(人民)들이 특정 정치인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되는 약간 맹목적일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주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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